신뢰를 바탕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전설의 오케스트라이다. 이 오케스트라가 지휘자가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원들끼리 신뢰와 존중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돈독히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며 연주한다. 무려 40년이 넘도록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가 유지되었다. 모든 단원이 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서로 눈빛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연주한다. 서로의 신뢰가 없었다면 이 오케스트라의 혁신은 실패를 경험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로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단원 모두가 다 주인공이다.

오르페우스를 만든 줄리안 파이퍼 등은 교향악단 단원들의 직업 만족도나 성취감이 낮다는 데에 주목했다. 중앙집권적 권위주의의 산물인 지휘자가 전권을 행사하는 한 예술적 독창성 추구는 접어야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오케스트라는 오직 지휘자만이 곡을 해석하고 연주회를 책임질 수 있다. 연주자들은 전체를 알 필요는 없고 단지 자신이 맡은 분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지휘에만 따르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반면 이 오케스트라에선 지휘자가 없는 대신 단원 모두가 토론을 통해 연주곡을 정하고 해석한다. 집단적이고 수평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다. 기업으로 치면 마치 CEO 없이 직원들 협의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격이다. 오르페우스는 그럼에도 미국 카네기홀에서 수십 년간 공연하는 등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30여 명의 단원(연주자)들은 대부분 별도의 직업(교수 혹은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연이 있을 때만 연습장을 빌려 함께 연주를 한다. 오르페우스는 단원이 만장일치로 곡을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명의 시니어 연주자들이 먼저 모여 전체 방향을 논의하지만, 나중에 반드시 전체 단원들과 의견 교류의 시간을 갖는다. 1972년 출범한 이래 매년 적게는 20차례, 많게는 40회 갖는 공연을 거의 이런 식으로 소화한다.

전통적으로 가장 수직적인 리더십을 요구했던 오케스트라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단원들의 신뢰 때문에 가능했다. 리더, 특히 연주자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수직적 계층 구조인 오케스트라와 달리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오르페우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없지만 리더십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원들 모두가 지휘자이며, 리더인 것이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믿을 수 있는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신뢰가 없다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신뢰는 결코 큰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고 사소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에서 신뢰의 토대는 쌓여가는 것이다.

리더가 부하들을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각 분야의 담당자들은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만들어 나간다. 그들은 각 분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키며 팀 전체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만 리더와 함께 논의를 하면 되는 것이다. 리더가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다 챙길 수도 없고 관리할 수도 없다. 리더가 부하들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연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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