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응급구조사 행위 외국에 비해 제한적

고인이 되기 전 윤한덕은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 확장에 제한이 많다. 의사협회의 반대는 물론 간호사 단체까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환자의 편익을 위해서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넓여야 한다는 것이 윤한덕의 기본입장이었다. 윤한덕의 응급구조사에 대한 평소 생각을 알 수 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전문이다.

응급구조사 이야기(1)

2018년 10월 31일

이 포스팅은 보건의료의 큰 틀을 그리는 분들에게는 미미한 언급으로 보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큰 문제다. 원래 내가 큰 틀은 보지 못하고 작은 문제에 집착한다. 세 편 정도로 포스팅할 계획이다.

나는 이 포스팅에 응급구조사분들의 댓글이 많지 않기를 바란다. 그분들보다는 의사, 간호사 또는 의료기사인 분들이 더 많은 의견을 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고 응급의학전문의 자격이 있고, 올해부터 회비 납부는 끊었지만, 의사협회의 회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열에서는 면허 또는 자격이 곧 신분이 된다. 내 의사면허는 운전면허와 더불어 내가 가진 면허 중의 하나이면서, 어이없지만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이 동네는 면허와 자격의 유형에 따라 취업과 직무 뿐 아니라 신분이 결정된다. 우리 직장의 채용모집에 응시한 많은 지원자가 「응급구조사 OOO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응급구조사의 개념은 처음 1991년에 구체화 되었으며, 1993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 공인 자격이 되었다. 미국의 emergency medical technician(이하 EMT)를 본뜬 제도라 여겨진다. EMT는 소위 ‘dependent practitioner’이며, 의사의 지시에 의해 제한된 의료행위를 하도록 허용된 직군이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1·2급 응급구조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일일이 기재해 제한하고 있다. 1급은 의사의 지시로 행위를 하되 2급의 행위 전체를 할 수 있으며, 2급의 행위는 경미한 응급처치로서 의사의 지시 없이 행할 수 있다. 아이러니는 우리나라 1급 응급구조사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EMT보다 높은 수준의 대학 교육을 받지만, 행위는 훨씬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보건복지부에 ‘응급구조사가 응급환자 이송 중,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 도파민의 주입 속도를 의사의 지시에 따라 조절한다면 이는 적법인가요, 불법인가요.’하고 행정 해석을 요청한다면 보건복지부는 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행 법규에 응급구조사는 정맥로를 확보할 수 있지만, 도파민을 투여할 수는 없는 직종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도파민, 노어에피네프린 등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많은 약들을 주렁주렁 달고 이송되고 있으며, 이송 중 동승 인력은 대부분 응급구조사이다. 만약 위의 질의에 대한 해석이 ‘불법’이라면, 그 많은 이송에서 응급구조사는 불필요한 인력이 된다.

병원에는 많은 응급구조사가 일하고 있고, 응급실 인턴(수련의) 수가 급감하면서 인턴 업무 중 상당 업무가 응급구조사의 업무가 되었다. 그 업무 중 하나가 환자의 비뇨기에 관을 넣어 소변을 배출시키는 ‘도뇨관 삽입’이다. 환자의 외부생식기를 보고 만져야 하는 업무이다. 예전부터 남자 환자 도뇨관 삽입은 인턴 업무였고, 여자 환자 도뇨관 삽입은 간호사 업무(간호사 중 여성이 대다수였으므로...)였다. 그런데 인턴이 줄어들면서 그 업무를 병원 측이 응급구조사에게 맡긴 것이다. 법적 제한, 이런 건 안중에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직원으로 채용된 응급구조사가 응급실에서 일할 때 남자 환자의 도뇨관 삽입을 많이 했었다고 얘기한다. 남성의 생식기를 붙잡고 ‘참으세요, 곧 끝나요.’하면서 플라스틱관을 방광까지 밀어 넣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적법인지 불법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 일을 했던 그 직원은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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