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안전을 우선으로 내세워 통제하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응급의학 전문의인 중앙응급의료센터 김정언 재난의료정책실장을 만나 재난에 대한 인식 변화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의료적으로 대처하는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직무실로 사용했던 곳에서 진행됐다. (이 직무실은 지금은 윤한덕 센터장의 이름을 딴 복덕방이라는 회의실로 바뀌었다.) <편집자 주>

 

Q.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일반인들의 재난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했나?

A. 지하철을 타보면 이태원 압사 참사 전과 후의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화장실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제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들었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여러 행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이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Q. 재난이 발생하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나?

A.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 체계는 지역 단위와 국가 단위로 구분된다.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권역DMAT(재난의료지원팀) + 보건소 신속대응반이 주축이 되어 대응한다. 그러나 지진과 같이 장기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이때는 중앙DMAT이 이동형 병원을 동원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적용한다.

 

Q. 보건복지부는 올해 재난의료과를 설립했다. 재난 의료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재난 의료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A.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후 국가에서는 재난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재난의료과를 신설했으며, 중앙응급의료센터 역시 응급의료정책실과 재난의료정책실 2개실 체계로 구축했다. 이는 4차 응급 의료기본계획에서 추구하는 재난 응급의료체계 내실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재난 교육 예산은 이태원 사고 이후 추가 배정되었으며, 올해 재난 응급의료 비상 대응 매뉴얼 교육은 전년과 비교해 확대되었다. 보건소장 등 리더를 위한 지도자과정은 이미 13차례에 걸쳐 전국의 모든 보건소를 대상으로 마무리했다.

 

Q. 재난훈련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A. 재난 교육과 훈련은 보건복지부 사업의 일부로 중앙응급의료센터 본부(재난의료관리팀)에서 주도해 진행한다.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교육(KDLS) 과정이 운영되며, 전국 17개 시도의 응급의료지원센터에서도 보건소, 소방, 권역 DMAT 등과 함께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또 권역 DMAT과 신속대응반은 소방에서 진행하는 다수사상자 대응훈련 등의 시뮬레이션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Q. 재난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A. 재난 유형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실제로 이를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난 대응에 있어 매뉴얼이나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더라도 매번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교육과 훈련이다. 훈련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체험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늘려나간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훈련을 통해 익숙해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Q. 이동형 병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A.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는 해외 긴급 구호 활동을 진행해왔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선진국들은 컨테이너나 텐트 등을 활용해 긴급 구호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7개월간 팽목항 부두에서 의료대응을 할 때까지, 우리나라의 재난 응급의료 대응은 주로 에어텐트에 의존했다. 당시 장기적으로 대응하게 됨에 따라 국가 단위의 대규모 대응에는 텐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6년 경주 지진의 확대 가능성과 북한의 도발 등을 고려하면서, 견고한 국가 단위의 재난 대응 시설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2016년에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대응을 위한 이동형 병원 구축 계획을 수립했고, 201712월에는 Damage Control Surgery가 가능한 50병상 규모의 외과형 이동형 병원을 구축했다.

 

Q.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는 재난 대비 모의훈련을 어떻게 진행하나?

A.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동형 병원을 활용해 의료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상반기에는 모의 환자 없이 이동형 병원 설치를 연습하고, 하반기에는 실제 진료를 수행할 중앙DMAT와 모의 환자를 동원해 재난환자의 이동형 병원 처치능력을 훈련한다.

 

Q. 추가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A. 응급실은 조용한 날이 없다. 배후 진료의 불안정으로 인해 응급실은 많은 부담이 있고, 여전히 포화상태에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끈질기게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재난이나 대규모 사고에 대응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가 응급의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응급센터가 끊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우리 국민의 위기에 대응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어준 것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노력 때문이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책을 잘 정비하고, 보다 원활하게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향하고자 하는 방향, 즉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마이스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