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은경 대한응급의학회 윤리이사(순천향대 의과대학 교수)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 용어는 의료 윤리(Medical ethics)’라는 단어와 구별되는 의료 종사자로서 전문직 정신을 의미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전문직(profession)’이란 숙달된 지식과 기술이 핵심요소인 직종으로 과학을 비롯해 여러 학문 분야의 지식 또는 기술을 배우거나 행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소명(vocation)이며, 이에 속한 구성원은 윤리강령(codes of ethics)에 의해 관리되어야 하고 역량(competence), 인격적 통합성(integrity), 도덕성, 이타심, 그리고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공익 증진 책무(commitment)가 있다. 이러한 책무는 전문직종(profession)과 사회가 사회계약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이들은 책무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들의 지식 기반에 대한 독점권(monopoly)과 진료에서 상당한 자율권(autonomy)을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자율규제(self-regulation)에 대한 특권을 얻는다고 한다. 전문직종의 구성원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혜택과 그들이 속한 전문직종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Oxford English Dictionary, 2nd ed. Oxford, UK: Clarendon Press; 1989.) 이것은 선과 악, 참과 거짓, 또는 도덕에 관한 문제 등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의사 집단이 사회와 소통을 할 때 국민들은 우리가 어떠한 설명을 하느냐의 단어나 문장보다는 즉 우리의 언어적 의사소통보다는 전체적인 우리의 태도가 어떠한가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학전문직업성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태도, 입어야 할 제복, 일종의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과 우리 응급의학 의사 단체의 윤리적 민감성, 그리고 각 개인의 성찰과 자성에 관한 지적 능력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의사사회가 갖추지 못한 자율규제의 부재는 한 개인 의사의 비전문가적인 행동에 대해 마치 전체 의사 집단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 집단에서부터 이러한 비전문가적인 행동에 주목하여 규제함으로써 전문가 정신을 실천하는 많은 다수의 응급의학 의사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학이 추구하는 리더십의 특수성을 살펴보면, 우리의 의사결정 범위는 병원전단계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는 타과에 비해 늘 훨씬 더 미숙한 의료진과 매우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응급진료 팀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또한 다른 임상과에 비해 더욱 복잡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우리는 매우 긴장된 상황에서 또,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으며 빠른 의사결정과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와의 면담은 대부분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지만 이러한 어려운 면담에 할애할 시간도 제대로 확보할 수조차 없다. 이런 모든 복잡한 상황 때문에 때로는 자신의 의학적 결정으로 인한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기도 하며 우리는 윤리적인 딜레마 상황에 더 흔하게 놓이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하는 의학전문직업성 관련 딜레마를 매일, 매순간 성찰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며 실행에 옮겨야 하는 우리야말로 이 분야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나갈 환경과 재능을 두루 갖추었다고 판단한다.

의학전문직업성은 의료행위의 영혼(soul)이라고도 표현하며, 이것은 의료인으로서 프로정신, 프로근성을 의미한다. 의료인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환자 안전'이다. 또한 환자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안전한 환경에서 의료행위가 행해져야 한다. 전문직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에 대한 추구는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 또한 문화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하는 살아 숨 쉬는 일련의 관계이며 우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실행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전문직 정신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하여 이제 우리 스스로가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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