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환자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관한 기고

 

코로나19가 갈수록 심각한 가운데 응급의료 현장도 재난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19 구급대원은 구급 업무강도 증가와 함께 코로나 감염 우려 등으로 인한 병원 선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료진 역시 응급실 병상 수 감소와 계속되는 개인방호복 착용, 격리실 근무 등으로 업무강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료진이 코로나의 장기화로 이젠 한계에 이를 정도로 지쳤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증응급환자 거부에 관한 보도는 응급의료진의 사기를 일시에 꺾어버린다.

20206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50대 농약 중독환자가 20여 군데의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의정부, 부산, 안성 등 전국에서 심정지 및 중증환자 초기 병원 이송이 지체되어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같은 보도를 보면서 필자도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증응급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회의원이 나서 입법을 발의한 건 당연하다.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심정지 및 중증응급환자가 제대로 빨리 처치를 받기 위해 마련한 처방책 마련으로 여겨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13일 각 병원에 코로나19(의심) 중증응급환자 응급의료체계 개선 문서를 보냈다. 비슷한 시기에 김성주 국회의원도 중증응급환자 수용 요청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일선 응급의료와 관련한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증응급환자 수용조사를 한 뒤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경기도소방본부는 고열과 급성호흡기 증상을 가진 응급환자의 수용거부에 관해 3개월간의 자체조사를 벌여 25,000여 건을 찾아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환자 수용거부의 이유 중 격리실 부족이 69.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응급실 부족, 전문의 부족 그리고 중환자실 병상 부족 순을 보였다. 또 호흡곤란과 고열 증상으로 인한 수용거부도 48.9%였다. 심정지 환자 거부도 235건으로 조사되었다.

이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응급실 수용거부가 주로 격리실 부족과 고열을 동반한 호흡곤란인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 중 하나다. 조사 이후 소방본부 관계자들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이를 위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그러나 응급실의 심정지 환자 거부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질병관리청 <급성심장정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도 경기도 전체 심정지 발생 건수는 6,848건으로 하루 평균 병원 전 심정지는 18.8, 시간당 약 0.8건의 심정지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내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센터 7개소를 포함해 총 66개소다. 하루 평균 20건 미만으로 발생하는 심정지 환자를 경기도 내 어떤 병원에서도 수용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격리실과 응급실 병상이 100% 다 차 있는 병원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정지 및 심정지가 임박한 환자는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병원 선정이 안 되어 지체되어 사망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소방의 구급상황관리센터와 응급의료기관과의 핫라인으로 통화하는 일은 필요하지 않다. 현재의 구급대원 지침과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 수용 고지 후 이송하여야 한다.

다만, 자가 격리 중에 또는 감염 역학성이 있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경우는 권역·중증응급진료센터에서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전에 이를 지역적으로 지정해 놓아야 한다. 상황 발생 시 구급상황실의 지도의사가 해당 기관의 책임전문의와 고지 통화 후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증응급환자 응급의료체계 개선에는 이러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중증응급환자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술 인력이나 중환자실 수용 가능 병상, 의료장비 등 다양한 요인을 전부 파악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개선방안과 국회에서 발의하려는 법안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대책이 될 것이다. 책상 위에서만 결정되는 탁상공론은 지양되어야 한다.

끝을 알 수 없이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에서 응급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응급의료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김인병 경기응급의료지원센터장(명지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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