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높은 응답률의 의미

2020 응급의학 전문의 총조사 위원회(위원장 이형민 경희대병원 교수)가 대한응급의학회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당직, 근무환경, 인력 등 개인 복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그 결과를 학회가 대부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설문에는 회원 중 60%가 넘는 1,308명이 응답했다. 설문조사 이후 위원회는 최근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복지에 관련한 토론회를 가졌다.

회원들이 대답한 근무환경과 조건 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

 

사회 : 이형민 경희대병원 교수(2020 응급의학전문의 총조사 위원회 위원장)

토론 : 왕순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

최석재 화홍병원 응급의학과장

서범석 순천향병원 서울병원 교수

 

(이형민) 오늘 총조사위원회 위원으로 대한응급의학회 미래연구소장인 동탄성심병원 왕순주 교수와 총조사 교육수련 파트를 맡은 화홍병원 최석재 과장, 총조사 동기·목표·은퇴 파트를 맡은 순천향병원 서범석 교수 참석해주셨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응급의학 전문의 총조사 마무리되었다.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했지만, 수치의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몇 가지 주제를 놓고 위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겠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학 전문의가 2,167명이다. 연간 150명 정도 배출된 것이 10년 정도 됐다. 1990년 중반부터 2000년 중반까지 한해 50명 정도 지원했는데, 2005년도부터 응급의학 전공의 지원율이 100% 정도로 늘어났다. 현재 전공의 164명의 티오가 있지만, 100% 지원율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나?

(왕순주) 현재 코로나 상황이 있어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100% 못 채우는 날이 빨리 올 것 같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형민) 작년과 올해 지원성향이 다르다. 올해 지원율은 100%를 채우기가 아슬아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범석 선생님 병원에서도 전공의 다 뽑았나?

(서범석) 다 뽑았다. 그러나 예전과 비교해 경쟁률도 낮아지고 지원자도 줄어든 느낌이다. 앞으로 경쟁률도 낮아질 것 같다. 내가 지원했을 때는 아무런 정보 없이 지원했다. 요즘 지원자들은 선배들에게 응급의학에 대해 충분히 물어보고 지원한다. 내가 만난 지원자들은 확실히 진로나 미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경제적 부분(급여 등)을 자세히 알고 있다.

(이형민)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게 학과 자체보다는 장래를 보고 지원하는 비율이 높다. 164명 티오가 그대로 100% 유지됐을 때 2045년이 되면 4,000~4,500명이 배출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적정한 응급의학 전문의 수는 몇 명이나 될 것으로 생각하나?

(최석재) 응급의학과 의사가 최근에 늘어난 건은 정책과 관련이 있었다. 최근 지방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수요가 줄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환자를 볼 의사들이 다른 과에 없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6명에서 12명 정도로 늘렸다. 그러나 중환자를 돌보는 전문의를 응급의학과에서 채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응급의학과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수요가 달라질 것이다.

(이형민) 중요한 이야기다. 로컬 중에서 10명 이상 응급의학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응급의학 전문의가 응급실에만 있지 않고 중환자를 돌보기 위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부분이 중요하다.

(최석재) 전에 지역응급의료센터가 늘어났을 때, 전문의가 3~5명에서 7~8명으로 증가한 시기가 있었다. 중환자 전담의를 응급의학 전문의로 배정했던 과정이 있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더 많아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다면 수요는 늘 수 있을 것이다. 정책적 결정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형민) 이번 응급의학 전문의 총조사 설문지를 100% 온라인으로 했는데, 이는 학회 사상 처음이다. 이전에는 우편으로 했다.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2005, 2010, 2015년 조사를 했다. 그런데 2015년 조사까지도 응급의학회가 회원 주소를 확보하지 못했다. 단체 메일을 보내면 300~400명이 반송되어 온다. 2020년 조사하면서 온라인 100% 처음으로 시도했다. 응답률이 높았다. 2,000명 중에서 1,308명이 응답해 60%가 넘었다. 응답을 많이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왕순주) 이형민 선생님 등 총조사팀의 노력 때문이다. 편지로 하면 답이 안 온다.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 직접 전화했을 때는 차마 이야기하기 힘든 것이 많다. 나이 드신 선배들이 속에 쌓인 게 많은 것 같다. 예전에는 온라인으로 익숙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온라인 모두 잘해서 조사가 많았을 것이다. 제일 큰 것은 반복해서 설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서범석) 이형민 팀에 참여하면서 설문조사 몇 번 진행했다. 다른 과는 응답률을 50% 넘기는 게 어렵다. 응급의학과 응답률이 60%를 넘는 것은 의구심을 갖는 수치다. 그만큼 전문의들의 불만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풀 데가 없어 설문지에다 푼 것 같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싶은데, 학회 이사진과 친하지도 않고 높은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이야기도 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자기 의견을 표출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해 많이 응답한 것 같다. 60% 수치는 다시 봐도 높다.

(최석재) 응답률이 높은 건 응급의학과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 다른 과 선생님들은 과별로 누가 더 환자 많이 봤네, 이 환자 내가 봐야 하네, 하는 그런 식의 경쟁모드다. 그러나 응급의학 전문의는 팀워크가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협력해서 그런 고민이 많을 것이다. 협력해서 데이터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온라인 기술적 역할이 있었겠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 과만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 동질성과 협력하는 팀워크가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이 정책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 큰 역할을 한다. 응답하신 분들은 설문조사 결과가 학회 차원에서 반영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을 것이다.

(이형민) 한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2010년 응급의학 총조사를 할 때 응답률이 50%가 넘었다. 그때도 우편으로 했지만 60% 가까운 응답률이 나왔다. 그러나 2010년 조사에 참여했던 사람이 2015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실망 때문이다. 실제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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