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석 시인이 20번째 시집 ‘풍금처럼 살고 싶다’(도서출판 그림과책)를 출간했다.
박 시인은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으로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장이다. 현재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남은 인생을 시 창작과 시집 출간만 하겠다며 1년에 1권의 시집 출간을 목표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박효석 시인은 “시 창작의 힘이 남은 인생을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 제1회 북한강문학상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풍금처럼 살고 싶다>

나는 늙어서
폐교된 산골 초등학교 교정에 놓여있는
풍금이 되고 싶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이따금 바람이 풍금의 페달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들꽃 음색을 낸다든가
산새들의 청정한 발성을 하며
오염된 세월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

졸졸 흐르는 옹달샘같이
깊은 산골의 나무와 들꽃과 새
그리고 숲과 잔잔한 바람에게
풍금 고유의 선율을 들려주며
때로는 별들이 귀를 쫑긋하여
산골로 내려오게 하기도 하고
쉬지 않고 가기만 하던
보름달의 발걸음을 멈추게도 하는

나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삶을
폐교된 산골 초등학교 교정에 놓여있는
풍금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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