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드라마 '미생'이다. 직장인은 물론 사업가들까지 미생을 보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정도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미생'의 주인공인 신입사원 장그래의 직장 상사인 오과장(이성민 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성민은 이 드라마에서 영업3팀의 리더이자 장그래(임시완 분) 안영이(강소라 분) 한석율(변요한 분) 등 종합상사 신입 사원들의 정신적 지주 오상식 과장 역을 맡고 있다. 오 과장은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다. 부하들을 위해서는 주저 없이 고개를 숙이는 배려 깊은 상사이다.

리더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남을 배려하고 살아가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적은 얼마나 있고, 부하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는가?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지사지에 대한 마음은 누구나 말로는 쉽게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과 사건, 사고를 접하다보면 역지사지란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하고 바라보면 별일 아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좋은 관계 맺기의 첫 걸음은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다. 역지사지는 이타성이 아니다. 의식개혁은 강압적인 요구나 직접적인 훈계·지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 상대방과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 또는 역할수용을 해볼 때에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 질 수 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백성을 고려한 임금은 세종이다. 세종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했다. 인간 대접을 못 받았던 노비에게도 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죄를 결정토록 하고 사사로이 혹독한 형벌로 노비를 죽인 경우 그 죄를 다스리게 했다. 세종은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신분의 노비들에게도 마음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관노에게도 100일의 출산휴가를 주었다. 또 노인을 공경했다. 승정원이 노인이라도 천한 자는 양로연에 나오지 말게 하자고 아뢰자, 세종은 승정원의 건의를 물리치고 모두 들어와 참여하게 했다. 심지어 버려진 아이를 돌보도록 제생원(濟生院)을 지어 보호했다.

퇴계 이황도 배려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퇴계는 상대가 누구이든 귀천을 가리지 않고 존중했다. 김병일은 '퇴계처럼'이라는 책에서 '퇴계는 지체가 낮고 어린 자라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제자를 친구 대하듯 했고 젊은이에게 너라고 호칭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공경하고 예로 대했다. 실제로 퇴계는 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대장장이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적고 있다.

역지사지와 반대되는 개념은 '아전인수(我田引水)'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自己)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다는 뜻으로, 자기(自己)의 이익(利益)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行動)함 또는 억지로 자기(自己)에게 이롭도록 꾀함을 이르는 말이다. 즉 '자기 논에 물 대기'라는 말은 물싸움과 관련된 것이다. 쌀농사가 주요 생산 방식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논에 물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기 논에 물 대는 것은 농사를 짓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자기 논만 먼저 생각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자기 논에 물 대기 위해 남의 논에 들어가는 물길을 끊어 놓는다거나, 모든 상황을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다른 이의 처지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자기 식으로 생각하는 아전인수식 소통은 서로 싸우는 것을 확산시킬 뿐이다. 반면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의 역지사지(易地思之)는 한마디로 상생(相生)의 정신을 말한다. 서로가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역지사지에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남에 대한 배려가 들어 있다. 반면, 아전인수에는 상대에 대한 왜곡이 들어있다. 지난날 자신의 어려웠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상대의 배려가 얼마나 간절하고 고마웠던 것을 느꼈을 것이다.

배려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미생의 오 과장처럼 직원들에게 배려 있는 상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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