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진의 우수함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주기를…”

전혜영 교수

<인터뷰 진행 : 김인병 명지대병원 교수>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도미하여 미국에서 응급의학 수련을 받은 후 현재 뉴욕 의대 소속 메트로폴리탄 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조교수 및 초음파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병원은 ‘New York City Health + Hospitals’라는 미국 최대 규모의 공립 병원 네트워크에 속한 11개의 병원 및 각종 의료 시설 중 한 군데입니다. 맨하탄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 끝자락에서 할렘의 시작 부근에 있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 현재의 뉴욕시 COVID-19 상황과 근무하고 계신 Metropolitan hospital 응급실 상황은 어떠신지요?

감염 초기 확산 방지에 성공한 한국과 달리 미국을 포함한 많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현재 환자의 폭발적 증가로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집중된 뉴욕의 경우, 4월 15일 현재 614,280명의 미국 전역 확진자 중 1/3 정도인 202,208명의 환자가 뉴욕주에 몰려 있고 이 중 절반 정도인 110,425명이 뉴욕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뉴욕주의 환자 대부분이 뉴욕시 인근 지역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의료 자원이 모든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COVID-19 중증 환자 중심으로 모든 케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외래 및 비응급 수술은 중단되었고 병동 및 중환자실이 COVID-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병동으로 바뀌었고, 대부분의 병실이 다인실로 개조되었습니다(미국에서는 다인실 병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메트로폴리탄 병원

- 한국에서는 응급실 앞에 선별진료소라는 triage system을 구축하여 응급실 입구 단계에서 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 환자의 출입 동선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외래에서 볼 수 있는 환자는 응급실 출입보다는 안심 외래라는 급성 호흡기 증상과 열을 동반한 환자 중 COVID-19 가능성이 떨어지는 환자는 다른 외래 트랙에서 환자를 치료합니다. 교수님 병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또 COVID-19 환자 의심 환자 시 응급실에서 환자의 흐름은 어떤지요? 바로 격리병실로 입원하나요? 아니면 증상의 경중에 따라 퇴원도 하는지요?

4월 15일 현재 뉴욕시의 경우 COVID-19 의증 환자의 경우 우선 병원 외부에 있는 선별진료소를 거쳐 산소 포화도 및 입원할 정도로 증상이 높지 않으면 퇴원시킵니다.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응급실로 이동하여 검사 및 치료합니다. 현재 입원환자의 2/3 이상이 COVID-19 환자이므로 전원 음압 병실 격리는 불가능하므로 병동별로 환자 격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의 경우 전 지역을 Hot Zone으로 지정하여 모든 의료진이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를 착용하고 COVID-19 의심 증상 환자분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COVID-19 사태 이전 소아응급실로 사용하던 지역에서 COVID-19 이외의 증상으로 오신 환자분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병원 의료진

-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장비 등의 부족은 없는지요?

인공호흡기가 초기에 많이 염려되었지만 예상했던 만큼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 전역에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부족 현상이 심각하여 감염 관리 및 의료진 보호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뉴욕 병원에서 N95 마스크를 하루에 1개 지급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 전역에서 의료진들이 자원하거나 혹은 미국 재난대책본부(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를 통해 도움을 주셔서 현재 우리 병원의 스태핑은 문제가 없습니다.

- 현재 COVID-19 확진 환자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요?

입원환자의 경우 우리 병원에서는 내과의 요구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스로마이신, 비타민씨, 아연, 칼레트라 등을 쓰고 있습니다. D- Dimer 레벨에 따라 enoxaparin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입장은, 현재 다양한 약제에 관한 스터디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상 집단의 규모가 적고 대조군도 없어서 상기 약제들의 효과를 잘 알 수가 없고,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사재기 현상을 가중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공호흡기 치료 및 필요한 경우 투석 치료 등의 지지요법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며, 현재 COVID-19 병리에 대한 연구가 조금 더 이루어지면서 환자들에게서 관찰된 응고항진병증 및 염증 과정에 대한 연구 및 이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들이 나오고 있어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연세대에서 발표된 COVID-19 환자 혈장 치료 논문 역시 관심 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좀 더 대규모의 치료 효능 및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치료제 및 백신 등의 근본적인 치료가 빨리 확립되기를 기원합니다.

- 앞으로의 뉴욕시의 COVID-19 환자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지난주부터 신규 환자 수, 입원환자 수, 사망환자 수 등 중증 환자 지표들에서 호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뉴욕의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실제 느끼기에도 환자 수가 조금 줄어들기 시작하였으며 4월 14일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뉴욕시가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제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케어를 확대하여 경증 환자 및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스크리닝을 시작하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시행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잘 시행되지 않으면, 경증 및 무증상 환자들로부터 감염이 다시 증폭되어 언제든지 2nd, 3rd waves를 맞이하여 다시 3월과 같은 초재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연일 미국 특히 뉴욕시의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도 3월 초에 대구· 경북에서의 집단 발병으로 현재까지 10,500명의 확진자와 20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50명 내외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통제권에서 치료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사회적인 거리 두기와 의료인들의 헌신으로 극복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의료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에서 왜 이렇게 COVID-19 환자가 급증했는지, 이로 인한 의료시스템이 무능력하게 보이고 있는지,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뉴욕은 미국 최대 인구의 메트로폴리탄 지역, 비싼 주거 비용으로 인한 밀집된 주거 환경,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국제적인 도시라는 특성상, 감염이 확산될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초기 우한에서의 자료로 독감과 사망률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비가 부족하여 환자 수가 폭증하면서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왔습니다. 감염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구심점이 될 만한 지침이 부족해 일선에서 혼선이 생기면서 더 상황이 나빠진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이런 대규모 감염은 정치를 떠나서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에서 COVID-19 초기 진압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관리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의료계에서 이번 COVID-19 사태의 성공적 대응에 관한 자료를 세계와 공유하여 학계에서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의대를 마치고 수련을 미국에서 받았습니다. 한국의 응급 의학계는 많은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으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자랑스러운 부분들이 많은데, 그 많은 우수한 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세계 각국이 한 주제에 이만큼 관심을 쏟아붓고 있는 적이 없고, 유수 저널의 문턱이 낮은 적도 없는데, 속히 한국에서 발표되는 우수한 논문들을 더 자주 보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 계속적인 교류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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