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광주 D고등학교 1학년)

지난 7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험지 유출사건이 일어난 고등학교의 1학년 학생입니다.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죄가 없는데도, 이 보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은 우려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당시 과정은 이렇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쉬는 시간에 갑자기 방송국 카메라가 학교를 촬영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 저희 학교 모의고사 1등 나서 촬영 왔나요?”

우리들의 해맑은 표정과는 달리 선생님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뭔가 큰 일이 일어났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교 길에 검색을 하고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1이 된 제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까요. 우리 학교 행정실장님과 의사인 학부모가 공모하여 고3 시험지를 유출하였다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단지 우리 학교만의 일이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습니까? 전국 모든 학교가 지금까지 절대 그런 일이 없었노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은 크지만 내신시험지 보안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쟁처럼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은 이 사회와 어른들께 너무 분노합니다.

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사회시스템의 잘못으로 생긴 사건을, 손해를 감수하고 고발한 학생들의 희생과 용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같이 생활했던 친구를 고발해야 하는 아픈 마음,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고 비난과 불이익을 받을 게 명백한 상황에서도 비겁하게 행동하지 않고, 용기를 내 결단하신 선배님들과 선생님들께 자랑스럽다고, 힘내시라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시험지 유출 학교라는 주홍글씨를 짊어진 듯합니다. 여름방학 때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독서열차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기소개를 할 때 우리학교를 말하니 “시험지 유출학교 학생, 불쌍하다, 수시는 힘드니 정시를 준비해라” 등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행사에 참석한 장학사선생님들이 계셨는데 나도 모르게 “장학사님! 우리 학교 제발 살려주십시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제 말에 웃었지만 저로서는 내가 아는 가장 힘 있는 분께 부탁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더 높은 어른들께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도록 제도관리를 잘못했냐고 따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전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이 사건을 공모하거나 은폐하지 않았고, 오히려 용기를 내 불이익을 감수하고 알렸습니다. 선생님들은 배신감과 자책감에, 학생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기말고사 재시험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미 고통 받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수시에서 또다시 불이익을 준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충분히 힘들고 가슴 아픕니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절대로 생길 수 없는 공정한 사회를 꿈꿔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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